페이지 선택

sssstudiovisit, 스투디오비짓붉은음모색칠공부, 2019, 디지털이미지, 가변크기

스투디오비짓  sssstudiovisit

스투디오비짓’은 장기간의 리서치/매일의 꾸준한 프렉티스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는 작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탐구가 아직/여태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기 이전, 그들의 탐구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여정 자체를 조명하고, 그것을 온/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서로 나누고 더하는 라이브스트리밍+아카이빙 ㄴㄴㄴㄴ이다. 

.

스투디오비짓 프로그램은 작가가 작품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 자체를 바라본다.

어느 날 스투디오비짓은 이씨를 만난다. 이씨는 한때 예술가를 꿈꿨으나 이제는 밤낮 예술가의 꿈을 꾸는 이씨의 후손이자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어느 업자의 머나먼 쏭바강이다. 제가 사정을 잘 몰라서요. 이씨가 운을 뗀다. 아니 그러니까. 그 지겨운걸. 그게 우리나라에서 먹히겠어요? 남미도 아니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씨가 물었다. 아니 그냥 잘하면 돼요. 아시겠어요? 좋은 콘텐츠를 잘. 잘 한번 만들어보세요 일단. 이씨는 순간 동그라미 두 개를 그리던 감독 이씨가 기억났다. 텔레비전에서는 농구 중계가 한창이다. 감독 이씨의 표정이 어둡다. 패색이 짙다. 작전 타임. 인상을 잔뜩 구긴 감독 이씨는 작전판에 동그라미 두개를 그린다. 자 봐봐. 잘 봐. 이건 공이고 저건 골대야. 이걸 인마 저기에 넣어! 선수들이 말이 없다. 답다바네 정말. 몇 번을 말하냐. 모르겠어? 자 봐. 저게 공이고 이게 골대야. 저걸 여기에 좀 넣으라고 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겠어? 자, 시간 없어. 자. 자, 화이팅! 힘내 인마. 할 수 있엄마. 삐이이. 단호한 부저 소리와 함께 선수들은 어이어이어이 하고는 흩어졌다. 마케팅의 기본이에요. 어이 거기. 딴생각하지 말고. 아시겠어요? 좋은 콘텐츠를 잘. 시큼한 이 맛. 학기 초 교양 수업. 마케팅의 이해 시간이 딱히 지겨웠던 건 아니었다. 조금만 더 참을걸. 이씨 입맛이 쓰다. 봄기운이 만연해 뛰쳐나와 고작 한다는 것이 막걸리 음용이었다. 막걸리는 그냥 그렇게 시큼했다. 좋은 막걸리를 잘 만드세요. 정말 명쾌한 대답이었다. 골대. 골대를 때리며 공은 튕겨 나왔고 이씨는 두 개의 동그라미를 구기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남미로 이사갈까? 이씨가 물었다. 남미는 뭐 다르겠어요? 다르다는데? 다르겠죠. 다를까? 다 다르죠. 다른데 왜그래? 다르니까 그렇죠.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결과물이나 성과를 논하기 이전의 어느 순간을 바라보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씨가 이씨 본인의 삶을 통해 시나브로 구축해낸 탐구방식. 시나브로? 구축?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저도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아요. 이씨가 말을 끊는다. 저기. 그런데 그게 구축이라 말하긴 좀 그런데. 아. 그런가요? 아. 그럼. 발견? 발견해낸? 이씨가 말이 없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씨가 말을 잇는다. 발견이 좀 낫긴 한데 그래도 좀. 탐구라 말하기도 좀 그렇고. 이씨의 말끝이 흐리다. 황사를 닮은 미세먼지. 봄기운이 만연하다. 일단 한잔 하시죠. 이씨가 목을 축인다. 시큼한 맛이 이씨 목을 적신다.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뭐라 해야 하지. 아시잖아요. 벚꽃이 하얗고 붉다. 그래 찾아낸. 찾아낸 거. 그 찾아낸 탐구 방식. 그렇게 찾아낸 방식과 과정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에요. 그걸 조명해 보겠다는 그런 생각 같아요. 아. 이씨가 말이 없다. 아 찾아낸 것도 아닌가 보죠? 아. 잘 모르겠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냥. 뭐라고 해야 하지. 아직 한 번도 찾아낸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게 찾아낸 건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서. 어쩌다 찾아진 거라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럼 찾아진? 찾아진 좋네요. 네 일단 뭐 그렇게. 좋아요. 찾아낸 아니 찾아진 아니 그게 뭐든 간에. 뭐 그런. 그런 상태? 그래, 상태. 당신의 상태. 상태? 뭐랄까, 이씨가 경험하는 그 순간의 상태? 아. 뭐라 해야 하지? 과정이요? 오 그래. 네 과정. 과정 좋아요. 좋아요? 좋네요! 이씨가 웃는다. 아. 그럼 과정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아. 아니 전부일 수 없죠. 전부라기보다 어떤 그 과정의 단면. 단면? 순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래, 순간이죠. 순간. 뭐 마실래? 그냥 아무거나. 아무거나 뭐? 너 마시는 거. 여자와 남자가 함께 웃는다. 순간. 근데 순간이라기엔 너무 순간적이지 않은데. 음. 한 달간 관계 맺는 그런 거라면서요. 네 맞아요. 아. 그럼 순간들? 순간들. 순간들이라. 순간들인가. 아. 죄송해요.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 같아서. 아뇨. 아뇨. 그렇지 않아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말이 뭐가 중요하나 싶다가도 결국 말이 다인가 싶기도 하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겠죠 뭐. 그러네요. 그래도 다만 이렇게 이씨를 만나 설득하기 위해 뭔가 필요하다는 건 아는데. 어렵죠? 네 그러네요. 죄송해요. 아뇨. 아뇨. 이씨가 어렵다는게 아니라. 제 맘이. 맘이? 맘이라기보다 말이 어렵네요. 제 맘을 그냥 알아주시면 좋을 텐데. 그럼 정말 좋겠다. 하지만 우리 이제 만났는데 어찌 그러겠어요. 말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그런데 그냥 아무거나 괜찮을 것 같아요. 아무거나? 아무거는 아닌데. 아. 죄송해요. 그런 뜻이 아니라. 알죠. 아무거나 하려고 이렇게 여기까지 오신 거, 아니란 걸 알아요. 감사합니다. 이씨가 말한다. 아무튼 대략 한달간 간헐적으로 찾아뵈면서 그때그때 작업하시는 공간을 조금씩 담아 오는 거예요. 담아? 뭘 담아요? 일종의 채집이죠. 채집? 제가 만들고 있는 것을 가져가나요? 아 그런 게 아니라. 아 그렇죠. 가져가긴 하죠. 근데 그게 진짜 가져간다는 게 아니라, 찍어간다는 그런 말이에요. 사진으로? 주로 영상으로 담을 계획이에요. 저 근데 정말 죄송한데. 이씨가 말한다. 제가 아직 찾지 못했어요. 네? 뭐를? 아. 이씨가 한모금 더 삼킨다. 그 뭐 구축한 방식이라던가 찾아낸 거라던가. 더구나 찾아진 그런 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하는 건지 생각해본 적도 별로 없는걸요. 정말요? 글쎄요. 사실 종종 생각해보긴하는데, 그게 그닥. 이씨가 말을 끊는다. 아. 근데 제가 보낸 건 읽어보셨어요? 네? 저번에 메일로 보냈는데. 아. 네. 읽어봤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단 그 정도예요. 아직 저도 모르겠어요.

제 맘은 그런데. 그런데 세상이 맘대로 되나요. 이씨가 한모금 더 삼킨다. 맘대로는 안되어도 뭐 지나고 보면 뜻대로 된듯하던데. 이씨가 말한다. 무슨 뜻? 저도 모르죠. 뭐 그때 가보면 알겠죠. 알까요? 모를 수도 있고. 근데 이게 무슨 말이에요 대체? 이씨가 묻는다. 여기. 이 부분. 독특한 탐구 방식으로 인해 일반적인 전시 형태로 관객과 소통하기 쉽지 않은 작가들에게 결과물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탐구 주제를 대중과 직접 만나 함께 담론을 펼쳐 볼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 방식을 나름의 방식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지원? 지원이 좀 말이 좀 그렇죠? 이게 예산을 지원받아서 하는 거라 뭐 그런 단어가 순간 떠올랐나봐요. 그냥 응원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응원? 음. 뭐랄까. 그래. 그냥 단지 당신에게 닿고 싶어 그런 거라 생각해요. 닿아요? 그냥 멀리서 바라본 당신이 궁금해요. 제가요? 아. 당신이라기보다는 당신이 느끼는 현실. 그게 왜 궁금하죠? 나도 사는 이 세계의 어떤 현실을 어떻게 느끼길래 저런 색과 형태가 뿜어져 나오는 걸까. 중력이 있긴 있는 걸까 뭐 그런 거. 있죠. 있겠죠. 뭘 보고 뭘 느끼고 살고 있을까. 뭐 그런. 궁금증? 저도 먹고 싸고 놀고 먹고 들뜨고 떨어지고 그러고 있어요 매일. 차라리 동물원에 가세요. 이씨가 웃는다. 아. 관음증과 어떻게 다른지 아직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제 맘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느끼면 현실은 그런 거죠. 그냥 당신이 선택해주세요. 싫은 일이면 제발 하지 마세요. 그냥 내키는 데로 맘이 동한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그 어떤 술수도 멋진 마술도 없어요. 현실의 거울이 있어요. 마법인가요? 이씨가 웃는다. 비웃지 마세요. 비웃은 적 없어요. 이씨가 웃는다. 단지 이씨 삶에 대한 사심 없는 마음이라 생각해주세요. 어떤 이해를 추구하는 건 아니에요.  알 수 없는 걸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요? 나는 아닌데. 그래요? 뭐랄까. 그냥 이렇게 이런 기회로 조금 느끼고 싶은 것뿐이에요. 뭐를요? 뭐겠어요. 저요? 저를요? 글쎄요. 뭘까? 뭐죠? 두 개의 동그라미가 뱅글뱅글 돌고 돈다. 뭔가 아름다움이 뭔지 느껴보고 싶은 것 같은데. 내가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 상상도 못 한 현실. 이씨가 말을 끊는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지만. 너무 섬뜩한데요? 현실이라니. 거울이라니. 왜 제가 그걸 봐야 하죠? 그냥 가끔 파도를 보면 기쁘고 그럴 때. 그럴 때 정말 감사한 데. 그게 파도 덕분이긴 해도 파도 때문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여긴 라떼가 맛있어. 그때 제 마음이 그런 마음인가 보다 그런. 헤이. 아. 알겠어요. 알겠어요? 이해하셨어요? 두유 가이즈 헤브 막구얼이? 아. 파든? 근데 그게. 그 파도가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인 거죠? 아. 그런가? 그렇죠. 그런가요? 그런 것 같은데요?

깨진 거울이 있어요. 조심하세요. 조각난. 그것도 아주 탁한. 투명함을 지양해요. 아주 탁해요. 너무 탁하네. 그렇게 하면 안 돼. 쯧. 죄송해요 이건 처음이라. 살살. 위아래로. 살살 잘 흔들어야지. 섣부르네. 흘리는 게 반이다. 시큼한 맛이 허정허정 바닥에 닿는다.

또한. 또 있어? 이를 통해 관객에게는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벌어지는 과정의 단면을 엿볼 기회를 제공하여, 동시대의 청년 작가들이 어떠한 고민을 안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탐구를 이어나가고 있는지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의 거점을 서귀포시로 삼아, 청년 작가들의 흥미로운 탐구를 다루는 예술 프로그램과 공간이 아직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서귀포 지역에 문화적 활력과 다양성을 불어넣고자 한다. 이씨가 말한다. 말은 참 좋네요. 말이 좋죠? 그 좋은 말 따라갈 거에요. 그럴까? 모르죠. 그래서 하려고? 말은 안 되는데 해보려고요. 조심해. 조심할 것도 없어요. 그냥 내 생긴 대로 나오겠죠. 그 사람 생긴 건? 그거야 뭐. 그러게. 죽도 밥도 아니겠는데? 이씨가 웃는다. 죽도 밥도 지겨운데 잘됐네.

작가의 정서적-물리적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오만가지 현상 자체를. 무슨 뜻이야. 스투디오비짓은 작가가 작품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결과물이나 성과를 논하기 이전, 한 작가가 일상의 어느 순간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러한 발견을 모멘텀으로 나날이 자신의 삶을 태워 발견한 바를 밝혀내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스투디오비짓은 탐한다. 속으로 스투디오비짓은 들어간다. 속으로? 한 작가의 기나긴 여정 전체를 담을 깜냥은 없지만, 스투디오비짓은 담아내려 한다. 뭐를? 쉽사리 가시적인 형태로 전환하기 힘든 순간들, 전시의 형태로 담기 힘든. 전화벨이 울린다. 작가가 자신의 정서적-물리적 공간과 엮여 일으키는 현상. 가만있어보자. 이게.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무언가가 피어나기까지. 함 받아보세요. 아. 잠시만. 네. 네. 그럼요. 예. 먹었죠. 그럼요. 좀 잘 챙겨 드세요. 네. 그럼요. 네. 네네. 됐어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잠시만요. 잠시만. 지금 누가 와있어요. 이씨가 말한다. 그만해도 되겠죠 이제. 그냥 한다고 해요. 네.

스투디오비짓은 이러한 이씨를 찾는 그런 프로그램.

글_스투디오비짓

sssstudiovisit, 스투디오비짓붉은음모색칠공부, 2019, 디지털이미지, 가변크기

sssstudiovisit, 스투디오비짓위치정보색칠놀이, 2019, 디지털이미지, 가변크기

                 Artist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