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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갑부훈

Junghoon Youm

자연을 사랑한 디자이너, 사람을 사랑한 뮤지션

Upcycling deaigner and givig sing a song writer

https://www.youtube.com/user/jejubusker

거지는 빚쟁이다.
이십대에 써야 할 육체를 십대에 절반이나 써버렸고, 삽십대에 써야 할 육제를 이십대에 몽땅 끌어다 써버린 탓이다.
허리와 발목이 나가고, 이어 손목이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는다.
안구 표피가 자꾸 벗겨지고, 두통이 잦다.
단어로만 의미 있었던 멀미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사과를 더 이상 양손으로 쪼개지 못하게 됐다.
젊은 날에 젊음을 쓰는 것은 후회 없는 일이지만, 그 소중한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곳에 제대로 쓰지
못해 내게 미안하다.

거지는 빚을 갚고 있다.
매일 아침 백팔배를 하며 상처난 나의 몸과 마음에게 ‘사랑해,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라고 고백한다. 요가는 소모된 근력을 안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 넣는 데 아주 유효하다.
이십대 때 밤낮으로 들이부었던 술과 담배의 기운을 달리기를 하며 조금씩 걷어낸다
상상력이 되살아나 풍부해졌다. 내 호기심이 좀 더 유년시절로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는 빚을 청산하기 참으로 좋은 곳이다.
제 몸에 빚진 자들이 자연과 가까워지려 하는 이유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서부터 좋은 사람과 멋진 연애하고 싶은데 같은 현실적인 것까지
때때로 고민하던 숱한 질문의 답을 지구상 가장 오랫동안 살아온 존재,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값없이 들려주었다. 몸과 마음에 빚진 자들을 품는 자연. 하지만, 요즘
여러 이해와 오해로 이곳의 오래된 공동체는 무너져거고, 장사꾼들은 양심도 덤으로 팔고, 포화 그
이상으로 넘쳐나는 카페와 천만이 넘는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일회용품, 무엇보다 악수하길 좋아하는
정책가들의 몰이해로 제주도는 말그대로 소진되고 있다.

소비의 섬 제주가 아닌 영감의 섬 제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앨범과 에세이 작업을 시작했다.
한편으로 이것은 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섬을 걷고
있을 당신에게 바치는 찬가이다.

옮겨가는 나의 완벽하지 못한 생각들이 당신을 만나 비로소 완전해지길 바라며, 제주도 이곳에 버리고
가는 것은 당신의 지친 마음 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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