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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Bayrle, <Madonna d’oro [Golden Madonna]>, 1988. photocopy collage and gold leaf on wood, 78 × 57 1/2 in (198 × 146 cm)

정재연

 Jaeyeon Chung

정재연(Jae Yeon Chung)은 학부에서 실내디자인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미술사를 전공했다. 2011 년 Art Sonje Center에서 큐레이팅과 미술관 교육 인턴을 시작했다. 이후 일현미술관 ILHYUN Museum (2012), 국립 현대 미술관 (MMCA)에서 Bauhaus : Stage Experiment Human-Space-Machine (2014) 전시를 도왔다. 2015 년에는 서울 시립 북서울 미술관 코디네이터로 있었으며, 마지막 프로젝트는 “Da Vinci Codex”로 문화역 서울 284(Culture Station Seoul 284)의 큐레이터로 전시(2016-2017)를 진행했다. 이후 뉴욕으로 옮겨 미술계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으며, 첼시에 있는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Jae Yeon Chung studied Interior Design at the undergraduate school and an M.A in Art History. She began in earnest an internship that curated exhibitions and museum education in Art Sonje Center in 2011. Experiencing curatorial exhibitions, she actively proposed her opinions and sharpened skills to prosecute and curate for public display of works of art. She has direct experience with various artists and built her career in art field. She explores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language and text, and social contexts and humans and presents them as exhibits. She planned education program which is performing arts in ILHYUN Museum (2012). She worked at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MMCA), assisted the exhibition ‘Bauhaus: Stage Experiment Human-Space-Machine'(2014). In 2015, she worked as a Curatorial Assistant of Curatorial Team at the Seoul Museum of Art(SeMA). Her last project in Korea was “Da Vinci Codex” as a senior curator in Culture Station Seoul 284 with exhibition (2016-2017). Since then, she has been writing articles about various issues in art world including exhibition review in New York.

 jaey08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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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ilyartnyc

 @koalajaeyeon

에세이 

대중문화, 소비주의, 테크놀로지 정치학의 탐험

: 독일의 앤디 워홀_토마스 바이얼레 (Thomas Bayrle, 1937~)

 

많은 사람들은 팝아트 하면 앤디 워홀을 떠올린다. 하지만 독일에도 독일판 앤디 워홀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독일의 앤디 워홀 독일의 팝아티스트 토마스 바이얼레(Thomas Bayrle, 1937~ )가 바로 그 인물이다. 다양성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뉴 뮤지엄(New Museum)’에서 작년 6 20일부터 9 2일까지 독일의 팝아티스트 토마스 바이얼레의 작품을 조명하는 회고전이 진행되었다. 이 전시에는 그의 대중문화, 테크놀로지, 선전문화, 그리고 소비주의를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회화, 조각, 드로잉, 판화, 영상, 사진 등 115점이 소개되었다. 세포처럼 작은 형태의 문양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구성해 낸 그의 소름 돋는 세밀함에 놀라고, 장난처럼 보이지만 진중한 그의 위트에 한 번 더 놀랐다.

 

1960년대는 지난 20세기에 걸쳐 서구의 문화와 예술, 사고를 지배해왔던 모더니즘 미술에 저항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이나 소비 사회의 물질문명으로 형성된 환경을 수용한 예술들이 등장한다. 그중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팝 아트(Pop Art)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팝 아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현실의 객관화를 시도했으며, 현대사회의 기계문명과 비인간화와 그에 따른 현상들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다. 1961년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동서독이 분리되는데, 이때 동독의 미술가들이 서독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60년대 서독 경제의 호황기에 등장한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인 토마스 바이얼레가 그중 한 명이다. 1937년에 태어난 그는 연합군이 독일을 침략했을 때, 히틀러의 극적인 종말을 맞이했던 세대의 작가이다. 그는 1950년대 중반에 직물공장(Textile factory)에서 수습공으로 일을 시작했고, 직물이 짜여지는 것과 사회경제적 구조 사이에 유사점을 관찰했다고 한다. 20대 후반까지 페레로 초콜릿(Ferrero Chocolates), 피에르 카디나(Pierre Cardina) 등 세계 여러 대기업의 디자이너로 일했고, 그 후 전례 없는 경제 호황 속에 살고 있었다. 이 호황은 전후 유럽의 미국식 자본주의의 수용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공포를 잊기 위한 노력의 일부였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바이얼레는 자본주의 대량생산 방식과 정치적 이슈를 아주 작은 세포처럼 작은 문양을 통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또한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 논리를 본인 특유의 옵티컬한 효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예수나 성모 마리아, 마오쩌둥 등의 신성시되는 인물이나, 세계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Carlos the Jackal, 1949~ ) 등을 등장시키면서 예리하면서도 시사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언뜻 보면 매직아이 같기도 한 반복적인 패턴은 일률적이면서도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환각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그의 작품은 자본주의사회 내 대량생산이라는 흔하지만 그만의 위트로 사회풍토를 풍자한다. ‘뉴 뮤지엄에서 있었던 그의 회고전시는 바이얼레의 지난 50년 동안의 작업을 총망라하여 선보이는 자리로 작가가 그동안 지속해서 작업한 기계적인 재생산, 소비 문화, 테크놀로지, 과장된 선전선동 문화(Propaganda)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전적 논평들을 강조한다.

<Play Time>이 과연 전시 주제에 맞는 전시 타이틀인지에 대해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작가가 상상했던 기계 내면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는 기계적인 재생산의 방식을 드로잉과 각각의 엔진을 한데 모아둔 작품으로 옮겨 놓았다. 노출된 기어, 벨트, 도르래 장치가 있는 자동차, 비행기 또는 오토바이 엔진으로 구성된 이 오브제들은 각각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전시장 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엔진소리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데 모으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가려져 볼 수 없는 기계 내부의 뼈대 부분을 살펴보고, 동력의 원리를 살펴보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에게 있어 기계는 자신에게 있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그러한 의식 속에서 작업을 한다고 한다. 가까이에서는 제대로 형상을 알아볼 수 없는 바이얼레의 기념비적인 거대 드로잉 <Fluzeug(비행기)>는 항공회사 루프트한자(Lufthansa)가 슈퍼폼(Superform) 비행기 디자인을 부탁해서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비행기가 가지고 있는 공포와 미의 원천을 통해 크고 작은 100만 대 이상의 작은 비행기들을 빽빽하고 촘촘하게 그려 거대 비행기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도시의 복잡한 건물을 교차시키는 거대 드로잉까지 이어졌다. 반복되는 산업사회, 현대사회 안에서 잠재된삶의 심리적 상태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대 드로잉 작품들 사이로 보이는 <iPhone Pieta, 2017>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신앙심이 깊은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평소  우상숭배(Icon)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승려나 수녀님 등 모두 전통에 따라 결정되고 엄격한 생활과 절제된 행동규제가 작가의 시선에서는 기계 같았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15세기 조각상인 피에타를 형상화했다. 작가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발전적이고 진보적인 기술로 아이폰을 꼽았다. 1950년 당시 자동차는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었던 것처럼 아이폰은 자동차 확장의 상징으로써 작용한다. 그는 단일한 형태의 반복을 통해 3차원 형태의 디지털 효과를 내었고, 태피스트리(Tapestry) 직물화를 재현했지만, 디지털 기술이 첨가되어 과거의 형체를 상기시키는 작품을 완성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바이얼레는 도시풍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집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붕괴된 도시는 대규모적인 재건이 필요했고, 전후 생겨난 건물과 도시의 형태는 회색 건물로 가득했다. 특히 도시건축, 주차장, 고속도로 등 복잡하면서도 일률적인 패턴의 회화작품들은 그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의 전후 급성장했던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작품 속 작은 형태는 하나의 모듈(Module)을 가지고 콜라주하여 끊임없는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 속에서 다시 뒤틀거나 확대하는 변형을 주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그의 <City>(1977)은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반복 속에서 다양성을 주고 요소의 형태라든가 다이내믹한 율동감으로 거대한 도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도시 생활의 음울함을 전달하는 방법, 관람객들이 작품에 대한 쉬운 해석을 저지하는 듯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그의 작업 방법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 기대했던 일종의 디지털 기술을 통합하기 위해 확장되었다. 그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그림, 영화, 태피스트리, 드로잉 등을 실험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이었고 다양한 매체에 걸쳐 탐구한 결과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연속된 패턴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고정된 의미와 진리를 넘어서서 근본적이며 끝없이 무한한 의미작용을 향해 나가고 있다.

1960년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대중매체와 물질문명이라는 현대생활 속에서 바이얼레는 광고, 디자인 그래픽, 대량생산과 소비, 포르노그라피, 나노 테크놀로지, 인공지능으로 가득 찬 도시주의 일면을 환유적으로 표현하며 이른바 독일 팝아트를 잉태시켰다. 독일은 경제 호황 시기인 1960년대 물질적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한 황폐화와 고갈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그는 대중매체와 다양한 현대 산업문명의 산물들을 작업의 소재로 활용하였고,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복합적으로 작품에 끌어들였다. 새로운 소비중심주의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깊은 불안감을 주었던 것은 명백하다. 밝은 조명들로 가득한 3층 중앙 홀에는 바이얼레의 대표적인 작품 제작방식인 슈퍼폼(Superform)들의 작품들로 가득했다. 슈퍼폼은 광고에서 차용한 하나의 이미지를 수백, 수천 번을 반복해 비유적인 형태나 완전한 이미지를 완성하는 방법으로 제작하는 형식을 말한다.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반복적 패턴은 두 형태의 대비되는 자극이 연속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는매직아이를 보는 듯하다. 벽에는 옅은 푸른색 바탕에 하얀색 치즈 브랜드 벨큐브(Belcube)의 소(Laughing Cow)의 이미지가 줄지어져 있었고 원색적인 조형물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당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광고 이미지들을 작품화하면서 현실을 가시화하였다. 팝아트의 고정 주제인 일상적 소비재, 대중 인물, 사건사고와 정치적인 소재 등의 원색적인 색감과 패턴들이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키네틱적인 요소가 감미 된 <Super Colgate>(1965), <Ajax>(1966)들은 마치 여러 개의 상품들이 진열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Ajax>는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 팔을 들고 한 손에는 아약스 세제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걸레를 들고 열심히 움직인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시장을 침수시켰던 서구의 소비품의 풍요를 유머러스하게 나타내지만, 여전히 넘치는 소비주의의 강한 욕구와 청결에 대한 강한 집착은 과거 나치의 억압과 무자비함을 청산하기 위함을 상기시켜준다.

전시되었던 회화, 판화 실크스크린의 보편적인 이미지 반복들의 작품은 서구 자본주의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반복적인 화면 전달로 인해 인간의 감정과 의식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반복되는 패턴형식의 16MM 영상작품은 끊임없이 변형되는 그래픽이 교차하고 움직이면서 관객과 상호작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에도 기술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측했고,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에 근접한 과정으로 늘 작업했다. 전시되는 영상에서는 인간의 삶을 기계적이거나 자동화된 컴퓨터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들로 비유하고 있다. 반복되는 3차원적인 이미지에 명함의 속성을 연속적으로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내고 삶의 순환구조를 설명하는 듯 보였다. 자본주의적 리얼리즘은 겉으로 보기에는 제한 없는 새로운 물질숭배와 대중화 시대에 부응하는 산업화 시대의 표본이라고 하지만 역으로 대중 매체의 성장과 밝고 빛나는 모던함을 포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주의, 물질문명, 정시적 선전, 종교 등의 이미지와 형태를 반복시켜 새로운 사회적 관계가 나타나고 그 관계와 관계가 쌓임으로써 현대사회의 심오함을 더하고 있다. 그 심오함이 바이얼레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힘 그리고 예술을 바라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Thomas Bayrle, <Ente (aus Schuhen)>, 1967, silkscreen print on plastic on canvas, 188 x 201 cm, Courtesy Monsoon Collection London.

Thomas Bayrle, <Flugzeug (Airplane)>, 1982-83, paper photo-collage work, 300 x 1,3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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